뺑소니·도주 · 무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교통사고의 한가운데에 있다면 누구라도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번 사례의 의뢰인은 지병인 뇌전증 발작으로 의식을 잃은 채 사고를 낸 뒤,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까지 받게 된 사건입니다.
의뢰인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저희 법무법인은 항소심에서 도주치사에 대해 무죄를, 남은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감형을 이끌어냈습니다.
사건 개요
의뢰인은 강한 충격에 눈을 떴을 때 경찰관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운전한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아 “동료가 운전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차량 안에는 의뢰인뿐이었고, 경찰이 보여준 CCTV를 보고서야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직접 운전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확인된 사고 경위는 이러했습니다. 의뢰인의 차량은 왕복 6차로를 위태롭게 넘나들다 신호를 받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그대로 진행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량을 들이받고서야 멈췄습니다.
사고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던 의뢰인은 죄책감에 수사기관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그 결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사고를 인식하고 도망쳤다’는 도주치사 부분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저희 법무법인을 찾아왔습니다.
사건 분석
아무런 잘못 없는 보행자가 사망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건인 만큼, 과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사고를 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의뢰인이 ‘책임을 피하려 고의로 도주했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서만큼은 무죄를 강력히 다투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의 조력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무죄 주장)
저희는 의뢰인이 사고 당시 뇌전증 발작으로 의식이 없어, 사고를 알면서도 도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입증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주행 형태 — 블랙박스상 의뢰인의 차량은 인도 경계 펜스를 감속 없이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았고, 중앙선 분리봉을 넘어 반대편 1~3차로까지 역주행하면서 마주 오는 차량 앞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보행자를 충격하고 밟고 지나간 뒤에도 주저 없이 진행하다 시속 60km로 앞차를 들이받고서야 정지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사고 때마다 녹음된 “아이구” 소리를 근거로 의식이 있었다고 보았으나, 이는 뇌전증 증세에 따른 혼잣말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주행은 정상적인 의식 상태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직후의 태도 — 혼자 차에 타고 있었고 몸에 사고 흔적까지 있었음에도 “운전한 사실이 없다, 동료가 운전한 것 같다”고 답한 점, 조사에서도 “사고는 전혀 기억나지 않고 경찰관이 온 뒤부터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은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사람의 태도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건강 상태의 영향 — 의뢰인은 사고 후 뇌전증 진단을 받았으나, 이미 사고 2년 전부터 1년에 10회가량 몇 분간 기억을 잃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뇌전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운전했고, 사고 당시 발작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양형 감경
도주치사 혐의를 벗더라도 보행자가 사망한 과실치사 부분은 남았기에,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유리한 사정을 함께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이 죄 없는 피해자의 사망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저희와 의뢰인의 정성 어린 사과로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유족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 그리고 사고가 음주나 약물이 아닌 지병 뇌전증의 발작으로 발생했으며 뇌전증은 꾸준한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판결 결과
저희 법무법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항소심 재판부는 특가법상 도주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남은 교특법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의뢰인은 억울한 도주 혐의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
기억나지 않는 일로 책임을 추궁받으면 누구나 두렵고 당황스럽습니다. 그러나 사망이라는 결과가 있더라도 억울하게 덧씌워진 혐의가 있다면, 이를 분명히 가려 다투어야 합니다.
다만 수사·재판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억울함만 호소하면 오히려 반성이 없다는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다툴 부분은 객관적 증거로 다투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