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경미 추돌 후 도주, 선고유예로 면허 지킴

교통사고 자체보다, 사고 직후의 대응이 사건의 무게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가 크지 않은 접촉사고라 하더라도 사고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벗어나면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를 넘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도주치상, 이른바 뺑소니로까지 처벌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은 경미한 추돌사고를 낸 뒤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현장을 벗어났다가, 처음에는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이후에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약식명령에 따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법무법인은 정식재판을 통해 도주치상의 고의를 다투었고, 최종적으로 재판부로부터 형의 선고를 유예받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사건 개요
편도 2차로 도로를 운전하던 의뢰인은 교차로의 정지 신호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진행하던 속도 때문에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앞서 신호에 따라 정차해 있던 피해 차량, 2.5톤 화물트럭을 들이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는 수리비 13만 원 상당의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의뢰인은 당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휴직 중이던 공무원으로, 우울장애 및 기분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거쳐 외래 진료를 이어오던,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형사처벌은 물론 행정처분조차 받아 본 적이 없던 의뢰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다가 피해자가 다가와 갓길로 차를 옮기라고 하자 그 지시에 따라 차량을 이동시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사고로 공무원 신분에 불이익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겹치면서, 의뢰인은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기도 전에 현장을 벗어나는 경솔한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의뢰인은 처음에는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를 받았으나, 이후 피해자가 한의원 등의 치료 기록을 제시하면서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변경되었고, 약식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그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의뢰인은 저희 법무법인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건 분석
형사사건에서 혐의가 인정되려면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특가법상 도주치상이 성립하려면 의뢰인이 피해자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사고 당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외관상 알아차리기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저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피해자가 다쳤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도주치상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다는 점에 변론의 중심을 두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최초에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의견으로 송치되었다가, 이후 피해자가 한의원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되어 보완수사를 거쳐 특가법상 도주치상으로 죄명이 변경된 경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죄명 변경의 근거가 된, 의뢰인에게 불리한 증거들의 증명력을 다투는 한편, 만약 도주치상 혐의를 벗기 어렵다면 예비적으로 양형을 다투어 감형을 이끌어내는 이원적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 도주치상은 피해자의 상해 발생과 이에 대한 인식(고의)이 인정되어야 성립하며, 사고후미조치보다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집니다.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의 조력
저희 법무법인은 의뢰인이 도주치상의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설령 혐의를 완전히 벗기 어렵더라도 최대한의 감경을 받을 수 있도록, 불리한 증거를 다투는 한편 다음과 같은 논리를 체계적으로 전개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저희 법무법인은 피해자가 전치 2주에 안정가료 및 보존적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별다른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후유증 없이 증상이 사라지는 정도의 경미한 상태에 해당했습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피해차량의 파손 정도가 경미했던 유사 사건들에서 대법원이 상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들을 제시하여, 이 사건에서도 형법상 상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했습니다.
또한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도, 피해차량은 2.5톤 트럭인 반면 의뢰인의 차량은 일반 승용차여서 피해가 경미할 수밖에 없었고 사고 이후 피해자가 정상 출근하여 근무한 사실까지 확인한 끝에, 도주치상이 아닌 사고후미조치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도주치상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점
도주치상이 성립하려면 사고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피해자는 스스로 차에서 내려 의뢰인의 차량으로 다가와 차를 갓길로 옮기라고 지시했을 뿐, 외견상 아픈 기색이 없어 다친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일반 승용차가 2.5톤 화물차를 들이받은 경미한 추돌사고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도 피해자가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으리라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