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거부, 수치가 없어도 벌금 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음주측정거부는 수치가 나오지 않으니 처벌도 없을 것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된다. 단속 현장에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불응하는 경우가 그래서 생긴다. 그러나 음주측정거부는 그 자체로 독립된 범죄이고, 경우에 따라 실제로 불었을 때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수치보다 무거워지는 이유는 3가지다. 수치와 상관없이 성립한다는 점, 법정형에 하한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면허가 정지가 아니라 취소된다는 점이다.
수치와 상관없이 성립하는 독립된 범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은 경찰의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였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조항이다.
즉 음주측정거부는 음주운전의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별개의 죄다. 측정을 피하면 처벌 근거가 사라진다는 생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법정형에 붙는 하한
차이가 분명하다. 정지 수준의 수치였다면 음주측정거부를 선택한 순간 법정형에 하한이 생긴다. 거부가 유리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수치가 높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에서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0.2퍼센트 이상으로 측정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음주측정거부의 법정형이 그보다 특별히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구간에서도 거부를 선택할 실익이 없다.
하한이 생긴다는 것은 벌금으로 끝나더라도 50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정식재판으로 넘어가는 비율도 함께 올라간다.
정지가 아니라 취소로 가는 면허
측정에 응해 0.03퍼센트에서 0.08퍼센트 사이가 나왔다면 면허는 정지에서 그친다. 그런데 거부를 선택하면 수치와 관계없이 취소가 원칙이 된다. 정지는 기간이 지나면 다시 운전할 수 있지만 취소는 결격기간을 채운 뒤 시험부터 새로 봐야 한다.
형사 쪽이 벌금으로 끝나도 이 부분은 그대로 남는다. 두 절차가 따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음주측정거부에서 체감되는 손해가 벌금보다 면허 쪽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음주측정거부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모든 불응이 곧바로 거부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경찰의 측정 요구가 정당한 방법과 절차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몇 군데로 모인다.
- 측정기 사용 방법과 절차를 제대로 안내받았는지
- 측정 요구가 몇 차례, 어떤 간격으로 이루어졌는지
- 호흡이 약해 측정에 실패한 것을 거부로 처리한 것은 아닌지
- 운전 사실 자체가 인정되는지, 운전 종료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닌지
이 부분은 단속 현장의 기록으로 판단된다. 단속 경위서와 순찰차 영상, 측정기 사용 이력이 남아 있으므로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측정 요구의 근거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볼 수 있다.
거부 이후 절차의 흐름
음주측정거부로 입건되면 형사절차와 면허 처분이 함께 진행된다. 면허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정해진 기한 안에 다퉈야 한다. 구제 절차는 면허취소 구제 절차와 기한에 단계별로 적어 두었다. 형사 쪽에서는 거부 경위와 당시 상태, 이후 채혈에 응했는지가 양형에 영향을 준다.
거부 직후에 마음을 바꿔 측정에 응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이미 거부가 성립한 것으로 볼지, 최종적으로 응한 것으로 볼지가 쟁점이 된다. 요구와 응답 사이의 시간 간격, 그사이 경찰이 어떤 고지를 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현장에서 실랑이가 길었다면 그 경과가 기록에 어떻게 남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음주측정거부 사건은 수치가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정황 증거의 비중이 커진다. 운전 사실을 뒷받침하는 폐쇄회로 화면, 동승자나 목격자의 진술, 술자리 결제 내역 같은 자료가 유무죄를 가르는 자리에 놓인다.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1호(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기준이다. 도로교통법 시행 2026년 7월 1일.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그 시점의 조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리
현장에서는 일단 측정에 응하는 것이 거의 언제나 유리하다. 결과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채혈을 요구하는 방법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미 음주측정거부로 입건되었다면 단속 당시의 상황과 요구 방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현장 기록은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툴 생각이 있다면 자료 확보를 먼저 해야 하는 이유다.
거부 사건은 수치가 없는 대신 현장 기록이 전부다. 단속 일시와 장소, 측정 요구가 몇 차례 있었는지, 그때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를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적어 두어야 한다. 요구 방식을 다퉈 본 사건들은 음주측정거부 집행유예 성공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