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옆 차를 긁었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느냐는 전화를 자주 받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주차장 사고라면 대개 신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그 말만 듣고 그냥 떠났다가 물피도주로 입건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법이 주차장 사고에서 요구하는 것은 신고가 아니라 내 연락처를 상대에게 남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쪽지 한 장을 남겼는지가 사건이 되느냐 마느냐를 정합니다.
도로가 아니어도 적용되는 주차장 사고의 조치 의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마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니 도로교통법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문은 도로에서만 적용됩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몇 개 조문을 콕 집어 도로 외의 곳에도 적용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음주운전 금지, 사고 후 조치 의무(제54조 제1항), 그리고 그 의무를 어겼을 때의 처벌 조문(제148조, 제156조 제10호)이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차장 사고도 사고 후 조치 의무는 도로 위 사고와 똑같이 집니다. 즉시 차를 세우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구호하고, 피해자에게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인적사항을 알려야 합니다.
서로 다른 신고 의무와 연락처 의무
헷갈림은 제54조 제2항에서 생깁니다. 이 조항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정하면서, 차만 부서진 것이 분명하고 위험을 없애는 조치를 마쳤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두었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주차장 사고는 대부분 이 단서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 단서가 신고만 면제한다는 것입니다. 제1항의 인적사항 제공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신고는 안 해도 되지만 연락처는 남겨야 합니다. 물피도주로 입건되는 주차장 사고 상당수가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알고 그냥 자리를 뜬 경우입니다.
연락처를 남겼다고 인정받는 방법
법이 말하는 인적사항은 성명, 전화번호, 주소 같은 것입니다. 상대 차주가 자리에 없다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와이퍼에 끼워 두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다만 쪽지는 바람에 날아가거나 누가 떼어 가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나중에 남겼다고 말씀하셔도 보여 줄 것이 없으면 남기지 않은 것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 쪽지를 끼운 모습을 차 번호판이 함께 나오게 사진으로 찍어 둡니다
- 상대 차 앞유리에 연락처가 있으면 직접 전화하고, 받지 않으면 문자를 남깁니다. 통화 기록과 문자가 그대로 자료가 됩니다
- 관리사무소나 주차 관리실이 있다면 사고 사실과 연락처를 알려 둡니다
- 번호를 잘못 적지 않았는지 한 번 더 봅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번호는 인적사항을 준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주차장 사고라도 20만원 조문을 벗어나는 경우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주차장 사고가 가장 가벼운 조문인 제156조 제10호(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가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주·정차된 차만 부순 것이 분명해야 합니다.
빠져나가던 차나 후진하던 차와 부딪혔다면 주·정차된 차가 아닙니다. 부순 것이 차가 아니라 주차장 기둥이나 차단기라면 역시 이 조건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한 제148조가 검토됩니다.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확인하지 않고 떠났고 그 사람이 다쳤다면, 물피도주가 아니라 도주치상이 문제 됩니다. 도주치상이 어떻게 성립하는지는 뺑소니·도주치상 성립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미 자리를 떠났다면
집에 와서야 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움직이시는 편이 낫습니다. 주차장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피해 차량을 찾고, 차주에게 연락처를 전하고, 필요하면 관할 경찰서에 사고 사실을 알립니다. 상대가 먼저 신고해 경찰 연락을 받는 것과 내가 먼저 연락한 것은 기록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주차장마다 카메라가 있고 차마다 블랙박스가 돌기 때문에, 그냥 두면 나중에 특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뒤늦게 연락을 받았을 때의 대응과 처벌 수위는 물피도주 적용 조문과 신고 시점에서 따로 다룹니다.
정리
주차장 사고에서 기억하실 것은 하나입니다. 경찰 신고는 면제될 수 있어도 연락처를 남길 의무는 면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의무는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현행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에 주차장에서 누군가의 차를 긁으신다면, 쪽지를 끼우고 휴대전화로 한 장 찍는 데 1분이면 됩니다. 그 1분이 없어서 경찰서에 가시게 되는 분들을 생각보다 자주 봅니다. 주차장 사고에서 시작된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끝났는지는 뺑소니 집행유예·벌금 성공사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근거 조문
법제처 현행 조문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사고발생 시의 조치)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ㆍ전화번호ㆍ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에서 같다) 제공「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사고발생 시의 조치)
제1항의 경우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을 때에는 그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을 때에는 가장 가까운 국가경찰관서(지구대, 파출소 및 출장소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차 또는 노면전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사고가 일어난 곳
2. 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3. 손괴한 물건 및 손괴 정도
4. 그 밖의 조치사항 등「도로교통법」 제148조(벌칙)
제54조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주ㆍ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제1항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
주ㆍ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제1항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기준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 2026년 7월 1일.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그 시점의 조문을 다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 2종 자동면허로 수동차를 운전하면 무면허인가요?
무면허운전은 아닙니다. 면허에 붙은 조건을 어긴 것으로 봅니다. 다만 처벌이 없는 것은 아니고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임시운전증명서 기간이 끝나면 그다음 날부터 면허정지인가요?
네. 임시운전증명서는 유효기간 동안만 면허증과 같은 효력이 있고, 면허정지는 그 만료일 다음 날부터 시작합니다. 그날부터 운전하면 무면허운전이 되고, 정지 기간 중 운전은 면허 취소 사유라서 정지가 취소와 1년 결격으로 바뀝니다.
- 문콕하고 그냥 가면 뺑소니인가요?
문콕은 뺑소니가 아닙니다. 뺑소니는 사람이 다쳤는데 조치 없이 떠난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주차된 차를 긁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면 도로교통법상 조치 위반이 문제 될 수 있고,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은 남습니다.



